외계인의 치통

Embermind 2017.01.09 18:57 조회 수 : 60

잠을 잔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달콤하면서도 때론 고통이다. 인간은 잠든다는 것이 죽음을 의미하는 것을 알면서도 한없이 잠을 원하기도 하고, 이틀 밤을 꼬박 내리 잤었다며 자랑스레 떠벌리기도 한다. 딱히 잠을 오래 자는 것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의 고통스러운 의미에서의 잠에 대해 말하려 한다.

나는 가끔 잠을 잘 못 이루곤 한다. 뒤척 뒤척 거리다 결국 자는 것을 포기하고 침대에 앉아 씩씩거리다 다시 잠을 청해보기도 하고 그러다 결국 잠자기를 포기하고 PC를 켜고 멍하니 모니터를 바라보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은 어찌된 일인지 나는 억지로 잠을 청하려 하였다. 마치 나의 작은 기내용 여행 가방에 일주일치 옷을 무리하게 구겨 넣으려는 것처럼 잠을 머리 속에 억지로 쑤셔 넣었다. 그러다 보면 5분 정도는 잠을 자기도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내 등에서 부터 목 뒷덜미까지 욱신거리며 어찌할 수 없는 고통이 밀려왔다. 그 고통은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았다. 화성의 한 외계인이 있다. 그 외계인은 무척 무책임한 성격이다. 그래서 참기 힘든 고통을 느끼게 되면 그 고통을 화성 밖으로 내 던져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떼어진 고통은 우주를 떠돌다가 나의 등 언저리에 달라 붙는 것이다. 나로썬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 외계인을 원망한들 나아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만약 내가 깨어 있다면 고통이 나에게 와서 달라 붙는것을 눈치 챌 수 있을 것이다. 그 것은 마치 모기처럼 가까이 다가오면 기분 나쁜 소리를 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잠을 자고 있을 때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 날은 잠을 이룰 수 없는 것이다. 방법은 없다. 그냥 그 외계인의 상처가 다 아물기를 바랄 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 날은 어찌된 일인지 나는 억지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억지로 잔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잠이 오지도 않을 뿐더러 설령 잠이 왔다 하여도 이내 깨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어느 순간이 되니 잠이 깊히 들고 말았다. 정말로 깊히 들었다. 나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할 듯 나는 잠이 들어 버린 것이다. 고통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문제 였다. 고통이 없었다. 외계인이 나를 찾아 온 것은 그렇게 잠들어 버린지 3일이 지난 후였다. 그 외계인은 한참을 나의 머리맡에 난감하다는 듯 앉아 있었다. 그가 말을 꺼낸 것은 이틀이 더 지난 후였다. 시간은 이미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 자네도 참 독한 사람이구만, 그 상황에서도 잠을 자다니 」

「 나도 내가 원해서 이러고 있는건 아니라네, 그리고 이건 자네 탓도 있다구 」

 

그 외계인도 인정하는 눈치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를 나무라는 듯 내려다 보았다.

 

「 원래라면 그 고통은 3시간 정도면 끝났을 거야. 하지만 자네가 억지로 버티는 바람에 내 상처까지 아직 아물지 못하고 있다단 말야 」

 

그렇게 말하면서 그 외계인은 입을 벌려 입안을 보여 주었다. 사랑니를 뺀 자국이 보였다. 그것도 위 아래 두개였다. 내가 보기에도 안쓰럽게 느껴졌다.

 

「 하지만 자네는 이미 그 고통을 버리지 않았나. 내가 이렇게 버티고 있다고 자네가 불편할 이유는 없는 거 아닌가? 」

「 그렇지가 않아. 자넨 잘 모르겠지만 내가 버린 것은 그 때 그 순간의 고통이었지. 이 상처로 인한 모든 상처를 버린 것은 아니었다구. 자네 덕분에 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다구. 뭐 물론 자네한테 내 고통을 떠넘기고 3시간만 지나면 된다고 생각한 내 잘못이기도 하지만  」

「 그렇다는 건 내가 이 고통을 감수 하지 않으면 자네 그 상처도 끝까지 아물지 않는다는 거로군 」

「 그렇지! 고통이라는 건 누군가 충분히 참아주지 않으면 소멸되지 않는다구. 세상 모든 것이 그렇게 되어 있어. 만약 100의 고통을 받게 된다면 충분히 그 100만큼의 고통을 참아내야 결국 사라져 버리는 거지. 첨에는 100이었던 것이 점차 50,20 10 이렇게 작아지는 거야. 이런건 우주에 산다면 다 아는 거야. 자네도 알고 있지 않은가」

 

분명히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충분히 마주하지 않는다면 이 고통이 사라지지 않는 다는 것을. 그 때 억지로 잠을 청하면 안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내가 잠들어 버리면 이 고통은 주인을 잃고 허공을 헤메게 되리란걸 알고 있었다.

 

「 자네는 지구인에게 고통을 떠넘겨본게 처음인거 같군 」

「 그래. 분명 지구인은 처음이야. 하지만 그게 잘못 된건가? 」

「 인간들은 그렇게 강한 존재가 못된다네. 자네가 떠넘긴 100의 고통을 참아낼 힘도 용기도 없어. 고통을 마주할 줄 모르지. 100중에 겨우 20정도만 참아내고 그전보다는 덜 아프다고 80을 떠안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이라네. 그렇게 살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덜어내는 거지.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살다가도 어느 순간 다시 그 고통을 인지하고 아파하고, 다시 묻어두고 살아가고, 이해할 수 있겠나?」

 

그 외계인은 어려운 수학문제를 푸는 것처럼 도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 내안에 없는 것을 이해하는 것은 좀처럼 쉬운일이 아니다.

 

「 하지만 자네는 10조차 참지 않았어. 거의 100 그대로 남겨둔체 잠들어 버렸다고. 」

「 그점은 나도 미안하네. 하지만 난 이미 잠들어 버렸는걸. 그리고 어찌된 일인지 깨질 않고 있어. 오늘로 벌써 5일째야. 」

외계인은 난처한 눈치였다. 인간이란 참으로 귀찮은 존재인 것이다. 고통 하나 알아서 하지 못하는 불편하고 무능한 존재인 것이다.

「 그냥 자네가 도로 가져가면 안되겠나? 그러면 나도 깨어날 수 있고, 자네도 상처가 아물수 있을텐데 말야. 」

「 하지만 우리들은 고통을 참는데는 익숙하지 않다고, 고통이 시작되면  때어내어 허공 중에 날리는 거지. 그러면 허공을 떠돌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달라 붙는거지. 한번 달라 붙은 고통은 다른 사람에겐 전해지지 않아. 자네 아니면 나 밖에는 감당할 수 없어. 하지만 내가 그 고통을 참는건 상처가 끝까지 아물지 않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야. 자넨 이해할 수 없을 거야. 」

「 아냐. 이해할 수 있을거 같아. 그리고 나도 이렇게 마냥 잠만 자고 있을 수는 없으니 이렇게 하세. 잠시 이 고통을 떼어 내어 자네가 들고 있어. 그럼 난 잠에서 깨어날 테니 그 때 다시 내 등에 붙이게 내가 3시간만 참아 보지 뭐. 」

「 정말 그래주겠나? 그렇게만 해주면 나는 더없이 좋지. 좋아 그렇게 하지. 」

 

외계인은 진심으로 기뻐하며 안심하는 것 같았다. 나는 처음부터 잠에서 깨어 그 고통을 마주했어야 했을테다. 그러면 몇일 밤을 자지도 외계인이 내 방에 올 일도 없었을 테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 앞으로 잘하면 되는 것이다.

 

잠에서 깨어난 후 알 수 없는 메스꺼림과 등 언저리의 고통이 나를 괴롭혔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PC앞에 앉아서 멍하니 모니터를 쳐다 보았다. 이제는 알수 있다. 이 고통은 치통인 것이다. 참기엔 너무나 고통스러운 것이다. 이제는 1시간 12분만 더 참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나도 그 외계인도 편하게 될 것이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외계인의 치통 Embermind 2017.01.09 60